
핏빛 투우장에 울려 퍼진 성학대 피해자의 고백
"약자를 보호한다는 가의 가르침은 어디로 갔습니까?"
어린 시절 사제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던 한 남성이 가톨릭 교회를 향해 무거운 돌직구를 던졌습니다. 동물권 단체 PETA가 공개한 영상의 주인공은 가톨릭 신자인 다니엘 패든. 그는 가톨릭 교회가 잔혹한 투우와의 오랜 연결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습니다.
그가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명확합니다. 성직자의 학대를 직접 겪은 피해자의 눈에, 약자를 짓밟는 폭력은 인간에게 향하든 동물에게 향하든 본질적으로 같은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자비와 보호를 말하면서 속으로는 고통을 방관하고 정당화하는 교회의 모순을 정조준한 것입니다.
가톨릭과 투우, 왜 공존할 수 없는가
가톨릭 교회와 투우의 오랜 동행은 단순한 문화적 취향을 넘어섭니다. 스페인과 중남미 지역에서는 성인을 기리는 종교 축제 기간에 투우가 열리며, 사제들이 직접 투우장에 나타나 투우사를 축복하고 예배를 집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교회가 스스로 세운 교리와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 가톨릭 교리: "인간은 동물을 불필요하게 고통받게 하거나 죽게 해서는 안 된다."
- 교황의 선언: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을 통해 피조물에 대한 잔혹 행위를 경계했고, 16세기 비오 5세 교황은 투우를 "악마의 잔혹하고 저속한 구경거리"로 규정하며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교리는 자비를 말하지만, 현장의 교회는 잔혹함을 묵인하고 축복하는 이 기묘한 간극이야말로 가톨릭 교회가 비판받는 핵심 이유입니다.
전통의 탈을 쓴 '의식적 살해'
투우는 흔히 화려한 전통 예술로 포장되지만, 그 실상은 잔인합니다. 경기장에 들어선 황소는 창과 날붙이에 온몸이 찔려 피를 흘리며 지쳐갑니다. 극심한 공포 속에서 소가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마지막에는 칼로 폐를 찔러 숨을 끊어놓습니다. 죽은 뒤에는 귀와 꼬리가 잘려 전리품으로 전락합니다.
이처럼 고통을 공연화하고 죽음을 오락으로 소비하는 문화에 종교가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요?
새 교황 레오 14세에게 던진 질문
다니엘 패든과 활동가들이 새 교황 레오 14세에게 요구하는 것은 명확합니다. 선언적인 말잔치에 그치지 말고, 투우장 내 종교 의식 금지, 사제들의 참여 차단 등 투우와의 모든 상징적·실제적 고리를 끊어내라는 것입니다.
교회가 투우의 잔혹함을 계속해서 묵인한다면, 강단에서 외치는 '자비와 보호'의 언어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입니다.
"자비를 설파하는 종교가 과연 고통과 잔혹함의 현장을 축복할 수 있는가?"
성학대 피해자의 입을 통해 나온 이 뼈아픈 질문은, 이제 가톨릭 교회가 스스로의 도덕적 원칙을 증명해야 할 때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