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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뒤에 숨은 죄: 괌 대주교 성범죄의 민낯

by hey1s 2025. 10. 3.

괌 아가나 대교구의 앤서니 아푸론 대주교. (사진 출처 = CNS)

괌 대주교, 성직의 권위를 방패 삼은 범죄

괌 아가냐 대교구를 30년 넘게 이끌었던 앤서니 아푸론 전 대주교. 그는 미성년자를 성학대한 혐의로 교황청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대주교직에서 면직되며 괌 출입까지 금지당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성직 자체는 박탈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와 시민사회는 “죄질에 비해 터무니없이 가볍다”며 분노했습니다.

아푸론의 범행은 1970년대 사제로 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러 소년을 추행했지만, 피해자들은 긴 세월 침묵을 강요당했습니다. 당시 괌 법은 공소시효가 짧아 피해자가 21세가 넘으면 고소조차 불가능했고, 교회는 이를 핑계로 그를 보호했습니다.

진실을 밝히려는 움직임이 나올 때마다 아푸론은 입막음에 나섰습니다. 내부에서 문제 제기를 한 이들을 몰아내고, 평신도의 항의에는 “교회를 분열시키는 세력”이라며 공격했습니다. 그 사이 추가 피해는 이어졌고, 교회는 끝내 책임을 외면했습니다.

사태가 커지자 2016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푸론을 직무 정지시키고 임시 교구장을 파견했습니다. 이어 교황청 재판부는 2018년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최종적으로 그를 완전히 환속시키지는 않았습니다. 아푸론은 오히려 이를 두고 “내가 무죄임을 방증한다”는 뻔뻔한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닙니다. 사제라는 권위가 어떻게 범죄 은폐의 방패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입니다. 신자들의 신뢰를 악용해 피해자들의 입을 막고, 공동체 전체를 속여온 것입니다.

괌의 비극은 한국에도 경고를 보냅니다. 권위주의와 침묵, 체면을 이유로 진실을 덮는 문화가 지속된다면 제2, 제3의 ‘아푸론 사건’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교회와 사회가 피해자의 목소리를 우선하지 않는 한, “거룩함”이라는 이름 아래 또 다른 범죄는 계속 숨겨질 것입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명확합니다. 성직자일수록 더 높은 도덕적 기준과 투명한 감시가 따라야 하며, 어떠한 성역도 피해자의 고통보다 우위에 설 수 없습니다. 괌에서 드러난 비극을 타산지석 삼아, 우리 사회는 권위의 그늘을 걷어내고 정의와 존엄을 바로 세워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