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케랄라, 침묵한 교회와 싸운 수녀들의 7년 투쟁
2018년 인도 케랄라주. 한 가톨릭 수녀가 당시 프랑코 물라칼 주교(54세)에게 수년간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그는 2014~2016년 사이 9차례나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2022년 1월 법원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즉시 항소했지만, 피해자와 지지자들에게 판결은 깊은 상처를 남겼다.
사건의 시작부터 교회는 피해자를 외면했다. 2017년부터 교구에 피해 사실을 수차례 알렸지만, 돌아온 건 침묵과 무대응이었다. 오히려 주교는 자신을 옹호하고 피해 수녀를 음해했다. 일부 정치인까지 나서 “왜 이제야 문제를 제기하느냐”는 발언으로 피해자를 모욕했다.
결국 2018년 9월, 피해 수녀를 지지하는 5명의 수녀가 케랄라 주 수도에서 연좌시위에 나섰다. “교회도, 경찰도 우리에게 정의를 주지 않았다. 교회가 우리를 거리로 내몰았다.” 인도에서 수녀들이 지도부를 공개적으로 규탄한 건 사상 처음이었다.
교구는 이후에도 방해를 멈추지 않았다. 주교 체포는 석 달간 지연됐고, 피해자 편에 선 수녀 4명에게 전출 명령이 내려졌다. 피해 수녀는 주정부에 “저를 고립시키고 괴롭히려 한다.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호소했고, 여론 덕에 전출은 막을 수 있었다.
무죄 판결 후에도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수녀들과 인권단체는 항소를 준비했고, 바티칸은 물라칼 주교의 사표를 수리하며 직무 복귀를 차단했다. 그러나 긴 투쟁은 혹독한 대가를 요구했다. 시위에 앞장섰던 아누파마 수녀를 포함해 세 명이 수도생활을 내려놓고 수도원을 떠났다.
이 사건은 가톨릭 교회 내부 권력과 폐쇄성이 어떻게 피해자를 더 고립시키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침묵을 깨고 싸운 용기 덕분에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교회와 사회가 성폭력 은폐를 끝내고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함을 강하게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