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발생한 신생아 학대 사건은 충격적이다. 간호사들이 생후 일주일 된 아기를 돌보며 SNS에 “낙상 마렵다”는 글을 올리고, 아기를 조롱하는 발언을 남겼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부모들은 “설마 우리 아기에게 그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며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며 경찰 수사가 시작되었다.
문제는 단순한 일회적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피해 아기의 부모에 따르면, 간호사들의 학대 의심 게시물은 작년 8월부터 지속적으로 올라왔다는 제보가 있었다. 몇 달 동안 여러 간호사들이 신생아를 조롱하고 학대하는 글을 올렸지만, 병원 내부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CCTV조차 없는 신생아실에서 부모의 제보가 없었다면 이 사건은 영원히 묻힐 뻔했다. 익명의 내부 고발자가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을 것이다.
병원 측의 초기 대응은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고 책임을 축소하려는 모습으로 비쳤다. 병원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라고 주장하며, 성실히 근무하는 다른 간호사들과 동일시될까 우려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 부모와 여론은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 아기의 아버지는 “병원 교수와 센터장까지 잘못을 인정했지만, 병원 측은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가톨릭이라는 이름이 부여하는 도덕적 권위 뒤에 병원 측이 안이하게 숨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가톨릭 병원은 인간 존엄성과 생명 존중의 윤리를 강조해왔지만, 이번 사건은 그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병원은 내부 통제와 자정 노력을 게을리한 결과, 신생아 학대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다. 의료기관으로서 잘못이 발생했을 때, 조직 차원의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하는 것이 당연한 책임이다. 병원 측은 피해 아기와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공개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신생아실에 CCTV를 설치하고, 직원들의 윤리 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가톨릭 병원은 이제라도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뼈아픈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 형식적인 사과에 그치지 않고, 병원 문화와 관리 구조 전반에 대한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종교적 권위를 방패막이로 삼는 무책임을 버리고, 가장 약한 이를 최우선으로 돌보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번 사건이 의료 윤리의 최후 보루가 되기를 바라며, 진정성 있는 책임 이행과 재발 방지를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